안녕하세요?
을미년에도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양띠다 보니 별반 다를 것 없을 것 같은 2015년이 새삼스러운 것 같아 다시 달력을 쳐다봅니다. 그러나 이 곳 르완다는 여느 때와 같은 평일이네요. 어제 오후 부타레에 내려와 밤에 강의를 하고 오늘밤 강의를 준비하던 중 짬을 내어 기도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비록 제가 선교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저를 위해 후원하고 기도하시는 분들 중에 저보다 더 열심이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는 덕분에 이렇게 아프리카에서도 부족한 것 없이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면서도 진즉 후원하시는 분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며 귀한 선교헌금을 보내신다 생각하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초년병 선교사로 나서는 후배를 보면서 예전에 빈손으로 나설 때가 기억나서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막상 제 주머니는 인색하기 짝이 없게 작게 열려지는 것을 깨닫고 회개 많이 했습니다. 오늘 아침 같이 생활하는 일본인 선교사 카주유키 선교사님이 펼쳐든 대목이 하필이면 마태복음 6장의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말씀이네요. 아주 못을 박으시네요.
기도할 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세 가지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이송희 이희주 선교사가 지난 3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려가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관련된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특별히 쌓아둔 재정 없이 게스트하우스해서 번 돈을 종자돈 삼아 창고 같은 건물 인수해서 유치원을 시작했고, 그 아이들이 졸업해서 시작한 초등학교가 2학년까지 되어 옆에 있는 초등학교 건물을 일부 빌리고 개보수 할 돈은 현지 은행의 융자금으로 조달하여 한참 빚을 갖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소속된 현지교단(이송희선교사의 유치원이 현지 교단 소속) 에서 슬슬 압력을 넣는가 봅니다. 제일 먼저는 함께 일해 온 르완다 현지인 목사님과 사모님을 다른 교구로 전출 명령을 내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재정보고서의 요청과 운영에 관여하는 일은 정해진 순서입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고 언젠가는 당연히 양도하고 떠나주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어 조금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답답해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이미 확보해 놓은 부지에 사립학교를 짓자고 성화가 대단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은 현지교단과 동역하여 일하기로 약속한 것이니 만큼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지만 연합하여 일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 생각하구요. 새로 학교를 세우는 일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와 방법으로 이루어가시리라 믿습니다. 모든 일에는 비용이 발생하고 우리에게 그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의지와 능력이 생길 때 일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믿음 없음과 동일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찐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예산하지 아니하겠느냐? 그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 가로되 이 사람이 역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하리라.’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메는 일에는 분명히 치루어야 할 희생이 있음을 강조하시면서 이용하신 비유입니다. 종종 믿음을 일의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실수는 하나님의 불가해한 영역을 유한한 인간이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동일하게 불신앙이라 믿습니다. 하나님의 방법과 때를 우리가 모른다고 내가 그 방법과 때를 결정할 수는 더더구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며 답을 구하는 중입니다. 함께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대학을 지원하고 기다리는 큰 딸 훈희를 위해서입니다. 작년 한 해 실패를 경험하고 지금은 이 곳 NGO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들을 신중히 골라 작년보다 훨씬 더 정성들여 준비하고 지원을 했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학비를 지원할만한 재정이 없는 관계로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서 합격통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월에 발표하는 학교가 있고 4월에 발표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마음이 겸손해지고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는데 올 해는 본인이 원하는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고 희망하는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본인을 위해서 살아가기보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을 꿈꾸는 것이니 하나님께서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주셨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작년 10월부터 전임교수로 섬기게 된 PIASS (Prostestant Insitute of Arts and Social Science) 가 재정난이 심각해서 교수와 교직원의 봉급을 10%씩 삭감하기로 결의하고 학생 모집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서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니 수위가 문을 닫아걸고 오는 학생들 중 명단을 보면서 학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한 시간씩 지각하는 학생들에게 제가 고함이나 질렀지 실생활은 전혀 모르고 그들을 가르친다고 앉아 있으니 한심한 노릇입니다. 이 곳 르완다의 사립대학 학생들은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합니다. 실상 가난한 나라에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생들은 국립대학의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기 한국 어르신들은 마치 예전의 한국의 모습과 너무 똑같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또 그 와중에 개발학과에서 새로 시작하는 ‘개발 센터’를 맡아 열심히 키워야 할 책임이 생겼습니다. 아직은 강의 준비에도 벅찬 사람에게 이런 저런 책임을 맡겨오는 것이 달갑지는 않은데 그래도 힘주시는 하나님이 부른 곳이라면 마땅히 뭔가 예비하신 일감들이겠지 믿고 나가려고 합니다. 학교에도 도움이 되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감들이었면 좋겠습니다.
너무 길어지지 않으려 이쯤에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에게 주어진 길을 계속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안하십시오.
이상훈 올림
2015년 2월 19일 부타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