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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모든 기도의 동역자와 물질의 후원자님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한국은 지금 세월호 사건으로 모든 국민이 충격에 휩싸여 있는 줄 압니다. 이곳 르완다에서도 한국사람들이 모이면 안타까움으로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저희들은 그저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구하며 기도할 수 밖에 없네요.

4월은 르완다에서도 힘든 달입니다. 특히 올해는 제노사이드 20주년이라서 곳곳에서 많은 행사를 하며 추모기간을 가지는데 4월은 또한 우기라서 거의 매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분위기가 더 침울한 듯 합니다. 실제로 지난주 키보고라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 알 수 없는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보며 현지 의사들이, 매년 4월에는 제노사이드 후유증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큰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기 위해서는 두 세대, 60년은 지나야 한다더군요.  아무튼 한국과 르완다에 동일한 아픔이 너무 비슷하게 많은 것 같아,  한국에 부어진 하나님의 은혜 또한 동일하게 르완다에도 부어지리라 믿습니다.

 

저희 가족은 3월말에 컨테이너가 완전히 도착하여, 3개월간 정들었던 이상훈 선교사님댁을 나와 저희들 만의 보금자리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컨테이너를 보낸 지 4개월 만입니다. 비록 몇 개는 없어지고 식탁다리 의자다리가 몇 개 부서지긴 했지만 완전히 정리를 하고 나니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날 저녁 4개월 만에 저희 네식구 만의 오붓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상보다 컨테이너가 늦어지며 병원사역의 시작도, 이사도 모두 늦춰질 때에 처음에는 답답하고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더랬습니다. 하지만 더욱 늦어지는 이삿짐을 기다리며 말씀묵상과 기도를 통해 이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완전히 신뢰하며 기다리는 훈련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선교사님 가정과 더욱 하나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이삿짐을 마냥 기다리고 있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충분한 적응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사를 하고 독립을 했을 때에도, 4월초에 병원사역을 시작할 때에도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확실히 저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험하였습니다.

 

키보고라 병원사역은 4월초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첫 주에 제가 1주일 있었고 그 다음주에 집사람이 1주일 근무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숙소는 병원 옆 게스트하우스안에 있는 2인용의 작은집입니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고 점심은 병원측에서 제공하지만 아침저녁은 저희들이 해결해야 합니다. 처음 협의사항에는 월급은 없지만 숙소와 음식을 병원이 제공해 주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는데 일이 진행되면서 숙소 렌트비를 월 100달러 우리가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예산에 없던 일이라 잠시 당황했지만, 참 감사한 것은 이것이 결정된 날 우연히 통장을 확인해 보니 얼마의 돈이 더 들어있었고, 알고 보니 파송교회인 대봉교회에서 얼마의 후원을 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모든걸 예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르완다에 도착해서 작은 승용차를 구입하였는데, 5-6시간의 병원 출퇴근용으로 불안하여 크고 튼튼한 SUV를 사기로 하였습니다. 나름 신중하게 구입한다고 하였는데 막상 사고 보니 도저히 타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엔진과 내부가 엉망이어서 할 수없이 정비공장에 맡겼는데 고치면 고칠수록 더 많은 문제가 드러나서 두달 가까이 정비공장에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지금까지도,,,

이런 차를 그냥 팔아버린 르완다 사람을 원망하며, 더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며

할 수 없이 작은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였는데, 저는 그래도 남자라서 무사히 1주일 다녀올 수 있었지만, 그 다음주 집사람이 첫 출근하는 월요일 새벽 6시에 집을 떠나는 집사람의 차를 보며 너무나 불안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같이 갈수는 없고,, 방에 들어와 하나님께 지켜달라고 기도를 하는데 문득 험한 병원 출퇴근 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튼튼한 자동차였더냐, 아니면 나였더냐?” 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깨닫고 한참을 울며 회개했습니다. 말로는 하나님께서 지켜주시지 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튼튼한 차만 있으면 괜찮을 거야 라고 자동차를 더 의지했던 저를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 저런 차를 제게 주셨고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게 막으셨구나..라는걸 알게 되니 오히려 더 안심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달 동안 아무 어려움 없이 작은 승용차로 너무나 잘 다니고 있습니다. 다음은 아내가 병원 출근을 하며 느낀 것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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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고라 병원을 찾아가는 길

250km 6시간 거리를 혼자서 찾아가려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표지판도 변변히 없는 길을 250km나 기억을 더듬어서 가야하고 더구나 중간에 걸쳐져 있는 늉웨국립공원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그곳은 무척 꼬불꼬불하여 운전하기도 어려운 곳이며 휴대전화도 되지 않는 곳이다,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연락도 할 수 없는 곳인데. 그런 곳을 동반자도 없이 외국인 여자인 나 혼자서 차를 몰고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무척 걱정하였다..

 새벽에 바짝 긴장하여 운전하던 중 문득 잊고 있던 게 기억났다.

처음 르완다에 오기 전,,, 현지에서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신 생각이 있었다내가 르완다에서 위험한 것은,,, 출퇴근길이 위험하거나. 치안이 불안해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 하나님을 보고 있지 않을 때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길이 험하더라도..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가는 길이라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 잊고 있다가 막상 험한 출근길 시작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키보고라병원 아침예배시간에 미국인 선배의료선교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나이가 60-70대인 노년인데도 자신들이 가진 의술을 하나님의 일에 사용하기 위해 이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보며 정말 존경스러웠다.

키보고라병원은 70여년전 한 미국인 의사의 헌신으로 병원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로부터 많은 의료선교사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이제는 우리부부가 또 이곳에 오게 되었다..

하나님의 역사는 강물같이 흘러 열매를 맺게 되고 우리는 거기에 발 담그기 시작한 하나의 도구일 뿐임이요우리가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임이 느껴졌다.

나와 함께 예배드리고 있는 노년의 선배 의료선교사들을 보며, 앞으로 30년 뒤에는 또 젊은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 이자리에서 예배드리는 걸 보게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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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비교적 빠르게 학교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재석이는 벌써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서 집에 데리고 옵니다. .한국에서 조금 해본 축구실력을 인정받아 친구들의 추천으로 축구부에도 들었습니다. 모두들 축구복과 축구화를 신고 운동을 하는데 재석이는 미리 준비를 못해 반바지와 반팔티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 하기도 하였습니다.

소현이는 한국 중딩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인정하는 노력파입니다.. 쪽지 시험을 친다는 데도 밤늦게 까지 공부를 합니다. 안 그래도 될텐데 몸에 베인게 있나 봅니다.

저와 아내는 열심히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어렵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아내는 흥분하면 3개국어가 동시에 나갑니다. “ 유어 베이비(your baby ) 기침 콜록콜록 나끼바조(괜찮다는 르완다어).” 자기가 말하고도 너무 웃겨서 혼자 웃었답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들과 현지의사들이 대부분 프랑스어를 쓰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버릴 건 버리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갈수록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웃을 때 같이 웃어 버립니다

 

마지막으로 몇가지 기도제목을 부탁드립니다.

 

1 병원에 적응하고 진료하는 일에 바빠지다 보면 가끔 우리가 왜 이곳이 왔는지 잊어 버릴 때 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사명과 본질을 잊지 않고 진료와 더불어 예수님의 이름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2 날마다, 매 순간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민감하게 깨어 순종할 수 있기를,,

3 병원 출 퇴근 길을 차가 아닌, 온전히 하나님의 손에 맡기며 평안할 수 있기를,,

4 저희 온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키갈리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병원 근처에는 말라리아와 결핵이 아주 많습니다.)

5 키보고라 병원은 선교병원이라서 미국, 영국, 독일에서 후원과 장비의 원조를 받고 있습니다만 당연히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내과의 경우 내시경이 필수적이며 특히 이곳 사람들은 내시경 검사를 치료적 개념으로 이해하는지 내시경을 받고 나면 위장병이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위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검사를 하고 나면 위통이 사라져서 퇴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오기 전 까지는 검사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미국인 외과 선교사가 가끔 사용하였습니다만   이제는 제가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시경 기계가 워낙 오래되었고 빛이 약하고 고장이 잦아서 제대로 검사를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 외에 약의 종류도 많이 부족하고 초음파 기계도 화질이 좋지 못한 등등 진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모두들 현재의 형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병원장의 믿음도 신실하여 아침마다 병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병원이 진정한 선교병원으로 더욱 뿌리를 내리고 르완다 안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014.  4. 

르완다에서 박준범, 백지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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