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옵소서.
주님 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얼마나 무지한 자인지 주님께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 죄인은 어제 안수집사 후보가 되었다가 낙선하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데도 눈먼 저는 먼저 창피하였습니다.
저는 믿음이 너무너무 작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 안수집사 피택 추천에
대한 회신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항목을 읽는 순간 항복했습니다.
스스로 평가하며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세례교인 5년 이상 30세 이상입니까?
이 항목만 '예'이고 나머지는 전부 '글쎄요', '아니요' 였습니다.
십일조는 온전히 못 드렸고 특별 헌금은 나만 복달라고 염치없이
드렸습니다. 교회기관 봉사 점수 1점. 전도한 결실자 0점.
지난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전도한 분은 박준문씨 한 사람 뿐인데
세례를 안 받았으니-. 자격이 안됨을 고백하였습니다. 사실 서리
집사도 나로서는 감당치 못할 직분인데, 그런데도 후보가 되었고
사진이 붙었습니다. 후보 3번. 만나는 성도분들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번호가 좋습니다.' '이번에 피택되어 봉사 많이 하십시오.'
주님 저는 크게 부족함을 고백했던 평상심을 잃고 '이번에
내가 정말 되려나.' 헷갈리며 인간적인 기대가 잠시 생겼거든요.
주님께서 필요한 일꾼을 뽑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채-
그런데 어떤 주님이십니까? 발표하는 피택자 명단에서 당연히
빠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처음부터 안 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크게 부족하다고 고백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그냥 두시지
왜 후보자에까지 넣어서 꼭 떨어트려서 망신을 주십니까?
목사님께서는 손 세 번 털고 잊으라고 하시고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가문의 영광 삼으라고 하셔서 크게 웃었지만-
막상 이 나이에 부끄러워서 어쩝니까? '이게 뭡니까 주님 나빠요'
제가 어디 블랑카입니까? 원망과 탄성,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참 희한하십니다. 역시 인간 생각인 번호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쪽집게 이십니까? 이번에 일꾼을
정말 잘 뽑으셨습니다. 피택되신 분 발표를 보니 진
짜 일꾼들이십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주님 저 빼고는 추천된 분들이 모두 너무 훌륭한
분들이신데 왜 많이 쓰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우리의 인색을,
시기와 질투를, 책망하시는 것입니까? 남 잘 되는 것은 못 보는
저 때문입니까?
답답한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나는 이 정도 망신을 민망해 하는데
십자가 지신 주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흠이 없으신 분이
그 민망함과 배신감, 육신의 억울함이 어떠하셨을까?
나 같은 것의 보잘것없는 명예와 체면은 어찌 그분과 감히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서운하다고 투정을 하다니, 쯧쯧.
이번 책망은 아직도 교만과 명예욕에 빠져있는 나를 더욱 느끼라고
만든 자리는 아니신가?
주님, 이 정도니 망정이지 그냥 뒀다가 정작 천국문에서
거절당하면 그땐 정말 이 죄인 어떻게 하겠습니까? 주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 주님의
은혜가 얼마입니까?
욕심으로 인해 환란을 당해 탈진했을 때 꼭 붙들어 주셨고 그때는
주님 성전에 와서 앉아만 있어도 평안을 주셨으며 질병으로
불안에 떨며 수술실에 끌려들어갈 때 여러 교우들로부터 얼마나
큰 위로를 주셨는데 제가 그걸 벌써 잊었습니다. 이런
배은망덕이라니- 주님 제가 이렇게 엉터리입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주님 깨닫게 하여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복을 버리려고 안달이 났지 또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으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주님 아시지요. 이 미련퉁이는 아직도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며
핑계대고 슬쩍 한잔씩 하는 것도. 주님 이제 정말 변화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그리고 정말
보잘 것 없는 제가 감히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온 교회가 더욱
합심하여 선을 이루도록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사랑이 넘치는 교회, 2005년에는 더욱 열매 맺고 뜨거워지는 교회
삼아주시옵소서.
정말 이제 목사님들께서는 기도와 말씀 전하는
일에만 전무하게 하시고, 구제와 행정은 훌륭하게 봉사하시는 일꾼과
칭찬듣는 이번에 피택된 종들에게 맡기시옵소서.
저요? 저 시켜만 주십시오. 주님 시키시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단 직분은 사양합니다. 저 지금 열 받았거든요.
또 후보 시키시면 그땐 선거운동 막 할겁니다.
불법으로. 알아서 하십시오, 하하. 주님 늘 함께 하셔서
우리를 보살피시는 주님 원컨대 주께서 대봉교회와 그 권속들에게
복에 복을 더하사 대봉교회의 지경을 더욱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대봉교회를 도우사 대봉교회로 환란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