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여기, 마을마다 옹기종기 떠들썩하게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하나도 없이
다 어디로 가버리고
바람만 부는 밤,
하늘에 뿌리었던 별들마저 쓸려가 버리고
푸른 수목들이 떨며 울고
모든 금수(禽?), 어오(魚鰲)들이 눈물짓고
적은 곤충들 마저 엎드러져 곡하는 곳에
만일 그대만 혼자 호젓이 남는다면
그대는 어찌 겠는가
그 볼이 고운 아가 하나 만나볼 수 없고
서로 따뜻이 만나면 잡고 흔들 손길 하나 없어
너무도 혼자라서 서러워 질 수조차 없는
그런 날이 찾아온다면 그대는 어찌 겠는가
또 어쩌면 저 푸른 산도, 들도 다 없고
짐승들, 새들, 적은 벌레들 마저 다 간 곳 없고
또 어쩌면 그대와 인류들이 오오래 영영하며
연연히 애착하던 저 도회와 촌락과 온갖
이 지상의 것이란 다 형체도 없이 재만 남아
새금파리, 무쇠쪼각, 팃검불 하나 없이 다 타고
재만 남아 처연한 그가 없는 벌판
차갑고 쪼각진 빈 달만 떠서 비취는 곳에
요행이 홀로 그대만 남아 섰는다면
그대는 어찌겠는가 -시인. 박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