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들은 한국에서의 일정을 무사히 잘 마치고 7월 중순에 르완다로 돌아왔습니다.
필요한 의료장비와 소모품들도 잘 구입할 수 있었고, 여러 만남을 통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 사정상 뵙고 싶었던 분들을 다 뵙지 못해서 죄송하고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여러분들을 뵈면서 몸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드신 소식을 자주 듣게 되어서 "이분들을 위해서 더 기도해야겠구나" 하는 부담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떤 집사님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부부가 함께 합심기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도전 되었습니다.
마침 힘든 분들을 위한 중보기도 부담이 더해지던 때여서, 그때부터 바로 시작하였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같이 중보기도하는 시간으로 정해서 함께 기도한 지 이제 두달이 다 되어갑니다.
저희 부부가 각자 따로 기도는 하지만, 합심해서 같이 기도하는 시간을 계속 정기적으로 갖지는 못했었는데, 특별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중보하는 기도시간을 둘이 함께 한 자리에 앉아서 같이 기도하니 더욱 힘이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어려움이 있으실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디 모든 분들이 안전하고 강건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 삶 일상의 시간들 속에서 함께 하심이 생생하게 경험되어지고, 기쁨과 평안이 더욱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은데라 교회 이야기
은데라 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삽니다. 그 중에는 저희 병원에 오는 사람들도 많고, 락다운 기간 동안에 저희 병원에서 식량배급으로 도왔던 지역인지라 저희 병원과 꽤 연관있습니다.
은데라에는 한 교회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할머니 한 분이 자신의 병을 두고 기도하고 극적으로 치료받은 후에,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에 자신의 집과 그 땽을 교회로 사용하도록 내어주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주민들은 그 집에 모여서 함께 예배 드리고 기도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곳이 교회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섯 형제가 그 땅과 집을 물려받았지만, 할머니의 뜻을 존중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계속 교회로 사용하도록 놔 두었습니다. 형제들이 나누어 가지기 위해서 매물로 내놓았지만, 거래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다른 사람이 그 땅을 구입하지 않는 동안은 교회로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해준 겁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다른 사람에게 팔려서 더 이상 교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될까 봐 주민들은 늘 조마조마 했다 합니다. 은데라 교회 성도들은 모두가 워낙 가난한 지라, 그 건물과 땅을 살 여력도 없고, 다른 곳에 예배 장소를 빌리거나 마련할 수도 없었습니다.
작년부터 가끔 저희에게 그 건물과 땅을 사서 계속 교회로 사용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저희의 사역은 병원이라고 생각하여, 깊이 고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저희가 한국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에 은데라 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땅과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잘 진행이 되어서 곧 팔리게 되었다는 겁니다. 은데라 교회 성도들은 답답한 상황에 모여서 금식기도까지 하다가, 나누리병원이 도와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한다고 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에 부담이 되었습니다. 병원사역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내 생각인지,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하나님의 뜻을 쫓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이지만, 하나님을 위한 나의 계획인지 아니면 하나님이 세우신 하나님의 계획인지는 분별이 필요했습니다.
기도하면서 은데라 교회를 돕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이 점점 뚜렷하게 보여서, 땅과 집 구입비를 은데라교회에 헌금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구입비가 1000만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작년에 모아둔 헌금은 르완다에서 사역하시는 단기 선교사님들 몇 분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었고, 내년까지 사용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터라, 그 금액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거 같았습니다.
감사하게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은데라교회에 헌금한다는 것은 만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교회 여러분들이 모아주신 헌금으로 그 구입비가 넉넉히 채워졌습니다.
이제, 다섯 형제들이 땅을 나누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정적인 절차도 잘 해결되어서, 은데라 주민들이 함께 교회에 모여서 계속 예배드릴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Dieudonne 이야기
Dieudonne 는 저희 병원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 달 동안에 병원 수입을 빼돌린 것이 발각되었습니다. 일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각서를 받고,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빼서 갚기로 하고 용서하였었습니다. 하지만 또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 겁니다.
알고 보니 일 년 전부터 도박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돈에 유혹이 계속 생겼나 봅니다.
도박중독이 있으니, 이 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겠다 싶어서 차라리 법대로 경찰에 신고하고 죄값을 치르는 게 본인에게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원칙대로 한다면, 감옥에 가서 몇 년 있어야 할거고, 나와서는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없을 거고, 감옥에 갔다 온다고 해서 그 도박이 치료되지도 않을 텐데… 그렇게 하는 게 Dieudonne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님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결정하기를 원하실까? 무엇이 Dieudonne에게 더 도움이 될까 하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병원 직원들이 모여 그를 위해서 기도했다는 걸 들으면서 직원들이 그를 한 가족같이 걱정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며칠 후에 Dieudonne에게 저희의 결정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훔친 돈들은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차감하여 2년여 에 걸쳐서 다 갚고, 직원들 앞에서 도박중독이 있음을 본인이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도박중독을 이겨내고 거짓없이 생활하도록 저희와 직원모두 같이 도와줄 수 있도록요
저희들이 결정한 걸 듣고 함께 기도하면서 Dieuodonne가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과연 그가 바뀔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의 중심을 아시고, 사람을 고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므로, 그 하나님께서 일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1. 9.
르완다에서 박준범, 백지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