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한광구
사람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추운 겨울에 마구간에서 태어났으며,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첫울음을 울었느니,
그때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물건으로 추위를 면했느니,
사람으로 말하자면 나야말로 사람 중에서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
이보시게, 내가 굶주림과 가난 속에서 떠도는 나그네 되었을 때
나를 따스하게 맞아주었던 사람아,
이보시게, 내가 굶주리고 있을 때 음식을 나눠주던 사람아,
이보시게, 내가 목말라 쓰러질 때 생수를 조금 나눠주던 사람아,
그때 나는 알았네, 알았어.
이보시게, 내가 병들어 신음할 때
한 모금의 따스한 물을 주던 그대가 내 사랑,
이보시게, 내가 진리를 위해 핍박받으며
마침내 감옥에 갔을 때 나를 찾아와 준 사람아,
그대가 내 사랑, 알겠네, 알겠네,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사람에게 베풀어준 그대의 사랑이
내게는 은총(恩寵)이었던 것을.
그 은총으로 사람의 아들이 예까지 살아왔네.
(한광구·시인, 1944-)
아키아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