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은 폭우로 난리가 난듯한데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아이들 이야기부터 먼저 드리고 싶네요,
방학이 6월부터 8월 말까지여서 거의 3달을 쉬는데 숙제도 없고 다닐 학원도 없는 정말 “방학” 인지라. 아이들이 너무 심심해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놀러 갈 곳도 없고 집에만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으니…. 거의 몸을 꼬고 있더군요,
개학하고 나서 소현이는 grade 9이 되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기가 찹니다..여기서는 그렇게 안해도 된다고 암만 말해도 본인이 용납이 안되나 봅니다.
게으르지 않고 성실한건 참 좋은데,,, 목적이 무엇인지 가끔 궁금합니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해도,, 하나님을 모르면 하나도 소용없단다..하고 찬물 끼얹는 소리를 한번씩 던져보지만.. 어떻게 해야 이 애가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 늘 고민입니다.
재석이는 방학 때 무료함의 고통이 너무 컸는지 개학하니 오히려 조금 나아합니다.
7월말에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모두 함께 키보고라 병원에 갔습니다.
마침 그 기간에 “쿰비야” 수련회가 열렸습니다. 이 수련회는 르완다, 우간다, 브룬디 등 이곳 인근의 선교사들이 모두 모여 1주일간 하는 건데 찬양과 나눔, 성경공부, 특강 등을 통해 재충전하고 결단하는 시간들입니다. 키보고라 병원과 이곳의 감리교단이 주축이 되니, 병원근처 호숫가에서 매년 열립니다.
저희는 주일 예배를 참석하고 오후에 잠깐 들러 보았는데,, 호숫가에서 둘러앉아서 찬양을 드리고, 예배를 드리고, 준비한 빵과 포도주스로 성찬을 나누었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아예 휴가를 내서 이곳 캠프에 참여해볼까 합니다.
저희가 유일한 동양인이고 대부분 서양인이었는데 모두들 선뜻 저희들을 환영해주며 먼저 인사를 건네주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50년째 우간다 선교사 하시는 분,,, 부모님이 평생 아프리카선교사로 이곳 저곳에서 사역하셔서 자신이 어디에서 자랐는지도 모르겠다는 40대 남자분,, 현지의 흑인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계신 선교사님 등….
헌신된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되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예전에는 제게 환자에 대한 사랑과 애타는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환자가 잘 낫지 않으면, 내가 치료 못한다는 사실이 속상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였을 뿐이고 환자의 고통이 안타까워서 애쓰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쓰고 보니 정말 부끄럽네요,
이곳에 와서야 환자에 대한 마음이 바뀌는듯합니다.
한 달여 전에 소아과에 경련을 하며 의식이 안좋은 4살된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거의 검사가 안되는 현실이니 일단 가능한 약부터 쓰고 지켜봤는데 조금 호전이 되는걸 보고 저는 키갈리에 돌아왔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다시 경련도 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었나 봅니다. 부모가 답답하니 현지의 무당( 이곳에서의 TRADITIONAL DOCTOR라고 여깁니다)에게 데려갔습니다..
현지 무당이 아이의 머리에 칼집도 내고 하다가 안되니,, 뜨거운 액체를 아이의 머리에 들이부었습니다. 머리와 얼굴의 화상이 아주 심한 상태로 여전히 의식없이 다시 병원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그걸 보고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모릅니다..
이제까지는 하나님이 손에 치유를 맡기며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환자를 보고 있었는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병원에 와서 치료가 안되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습니다.
주일에 교회에 앉아있는데 찬송가의 한 구절“날 위해 십자가 달리신 주님,,,, “이 내 마음을 두드리며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지며 기도했습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 그 아이를 위해서도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 하나님께서 그렇게 사랑하시는 아이 아닙니까.. 제발 우리 이신다 좀 치료해 주세요…여기서 못 나으면 다음 번에는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릅니다…하나님 그 애가 나아도 절대로 내가 치료했다는 못난 마음 안 먹고,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거 아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간만에 눈물 펑펑거리며 고상한 단어 안 찾고 아주 원초적인 기도를 한 것 같습니다.
키보고라 병원에서 일할 때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책을 꺼내들고 공부하는게 일입니다. 이 환자가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되는지…
그리고 결국은 환자를 위해서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문득 하나님께서 환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르치실려고 여기 부르셨나 싶기도 합니다.
환자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공감하는 마음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고 감성이 발달한 의사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기독의사가 가질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은 단순한 그 감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은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주신거겠죠.
하나님을 믿는 의사가 갖는 환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환자를 하나님께 부탁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자의 치유가 하나님의 주권에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의뢰하는 마음,
그리고 하나님께 그를 부탁할 정도의 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 안타까운 마음
환자와 하나님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려는 노력
이것이 바로 믿는 자가 가질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차가 문제네요,,
키보고라 출퇴근 용으로 산 차가 수시로 고장이 납니다..거의 매주 정비소에 들어가있습니다.
장거리 다니기에는 아주 안 좋은 차여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여기는 차 수리비도 너무 비싸서 사실은 저희 생활비의 50%이상이 차 수리비로 나가니 감당할 수가 없네요,,
박준범 선교사가 몰고 갈 때는 차가 결국 완전히 서버렸습니다.
늉웨국립공원 한복판에서 퍼지면 전화도 안되고 정말 난감한데,,, 신기한건 멀쩡히 잘 가다가 키보고라 병원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서 버렸다는 겁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편지가 길어졌네요..
다음 기도 편지 보낼 때까지 모두들 평안하시고 강건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기도제목
1 .차 문제가 해결되기를
왕복 500KM산길을 가기에는 차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리가 많이 가서 수시로 고쳐야 하니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네요,
적당한 주인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팔리고, 안전한 새 차를 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 소현이와 재석이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3. 저희 두 사람이 일상생활에 파묻혀서 그냥 살지 않고 매 순간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지내기를 기도합니다.
4, 우리의 능력을 넘어선 이곳의 많은 환자들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치유되기를 기도합니다.
2014. 8. 28.
박준범 백지연 박소현 박재석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