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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
2007.01.13 18:46

믿음안에 참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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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B>10년 전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B><BR><BR>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BR>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BR>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BR>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BR><BR>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BR>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등의 <BR>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BR><BR>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BR>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BR>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BR>뒤집어 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BR><BR>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BR>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BR>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BR>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 희망이 <BR>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BR><BR>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BR>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BR>가난 속에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BR>책을 놓지 않았다. <BR><BR>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BR>책 살 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BR>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BR>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BR>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BR><BR>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고, <BR>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 앉아 <BR>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계셨던 것이다.<BR><BR>그날 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BR>책상에 부딪혀 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BR>가엾은 나의 엄마를 위해서... <BR><BR>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BR>엄마는 형과 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BR>형은 불행히도 나와 같은 장애인이다. <BR>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BR>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BR>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BR><BR>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BR>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집안 살림을 도왔다. <BR>그런 형을 생각하며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BR>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에 합격하던 날, <BR>나는 합격 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BR>시장으로 달려갔다. <BR><BR>그 날도 엄마는 좌판을 등지고 앉아 꾸역꾸역 <BR>찬밥을 드시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BR>등 뒤에서 엄마의 지친 어깨를 힘껏 안아 드렸다. <BR>'엄마...엄마..., 나 합격했어.....' <BR>나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BR>엄마도 드시던 밥을 채 삼키지 못하고 하염없이 <BR>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BR>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BR><BR>그날 엄마는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함지박 가득 <BR>담겨있는 생선들을 돈도 받지 않고 모두 내주셨다. <BR>그리고 형은 자신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BR>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 주고는 <BR>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BR>몇 바퀴나 돌았다. <BR><BR>그때 나는 시퍼렇게 얼어있던 형의 얼굴에서 <BR>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BR><BR>'어둠은 내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어둠에서 <BR>다시 밝아질 것이다. 이제 내게 남은 건 굽이굽이 <BR>고개 넘어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내 아버지를 용서하고, <BR>지루한 어둠 속에서도 꽃등처럼 환히 나를 깨어 준 <BR>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다.' <BR><BR>- 새벽편지 가족(정우진) - <BR></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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