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제2막
배정웅 목사 (뉴욕: 아가페 크리스챤 치유 센터 대표)
최근에 이곳(미국)에서 방영된 TV 프로그램 가운데 Second Act(제2막)이란 감동적인 다큐멘타리 대담 프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추적 60분 비슷한 내용인데 인생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감동적 인간승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프로에 등장한 클레이 아이킨(Clay Aikin)은 우리의 전국 노래 자랑과 같은 공개방송 프로그램인 미국의 우상(American Idol)에서 최종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20살 안팎의 백인 미 소년인 그는 역시 최종 결승에 올라 온 흑인 소년 가수 루벤 스타드(Ruben Studdard)와 막상 막하의 노래 실력으로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벌였다. 그 자신도 그렇고 다른 많은 청중들도 클레이 아이킨이 대상을 차지하고 미국의 우상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기서 우승하면 그는 공개적인 미국인의 가수로 화려하게 만인의 꿈인 헐리우드에 데뷰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거액의 상금도 걸려있었다.그러나 최종 결과는 루벤 스타드에게 대상이 주어졌다. 미국 전역에서 올라 온 수 많은 경쟁자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우승의 꿈을 키워온 그가 마지막 순간에 무너져 내릴 때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마땅히 좌절하고 자포자기 하기 쉬운 처지였다. 그러나 6개월 뒤 그는 Second Act(제2막)에 출연하였다. 여기서 그가 밝힌 체험은 비록 그가 실의에 차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열심히 노력하여 음반을 냈는데 놀랍게도 그 음반이 2백만장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수립하여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음반으로 자신을 이긴 루벤 스타드 보다 더 큰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번 일을 통해 한번의 실패와 아픔이 결코 자신의 인생의 끝이 아니요 오히려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렇다. 인생은 제 1막만 보고 판단 할 수 없다. 아이킨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제2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사실이 실패와 절망과 어두움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몇 주 전에 있었던 한국의 총선 결과를 보아도 그렇다. 정치인들의 그 깊은 속이야 우리 같은 서민들이 어찌 알 수 있으리요 만은 겉으로 보기에는 현직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사태는 본인이나 국가에 큰 상처요 불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정치도 역시 제2막이 중요하다. 이번 일로 인해 오히려 현직 대통령과 그의 당은 국민에게 더 큰 표를 얻고 그렇게도 긴 여소야대 구조를 깨고 여당이 과반수 이상을 거뜬히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생이란 이렇게 뚜껑을 열어보아야 아는 것이다. 제1막만 보고 미리 겁을 먹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성경은 제2막의 인생들로 가득 차 있다. 아브라함은 바로 왕에게 아내를 빼앗겼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꿈에 바로 왕에게 나타나 돌려주라고 하자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많은 재물까지 더불어 얻게 되었다. 야곱은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인 대가로 갑자기 사막으로 쫓겨났지만 그 사막에서 꿈 속에 하나님을 만나고 끝까지 동행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안정되고 보장된 집보다도 메마르고 삭막한 사막이 그에게 제2막의 장이었던 것이다. 모세도 애굽의 왕자에서 갑자기 도망자의 처지가 되어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살아야 했다. 이 역시 그에게 하나님을 만나는 인생의 대역전극이 일어난 제2막이었다. 요셉은 어떤가? 애굽의 종살이와 감옥살이가 제2막이 되어 애굽의 총리대신으로 우뚝 서는 두 번 다시 없는 기회가 되었다. 사도 바울은 그렇게도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길 원했는데 옥에 갇힌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보내진다. 그러나 그 감옥이 황제의 특별감옥으로 당시 상류층에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역시 그에게도 제2막이었던 것이다. 이런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내 경험에도 역시 제2막이 있다. 10년간의 개척교회 사역에 나의 모든 청춘과 정열을 다 바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 미미했다. 때로는 절망과 좌절에 빠져야만 했다. 그 과정 속에서 3년간 심한 우울증도 겪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아픈 고백이다. 그러나 이런 아픔과 상처를 통해 하나님은 아가페 치유 사역이란 새로운 진주를 빚고 계셨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제 아가페 사역은 나의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다 씻어주고도 남을 만큼 내 삶의 의미와 소망을 부여하는 나의 생의 제2막이 되었다. 제2막에 다다라서야 비로서 제1막이 왜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에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1막의 주인공이 되어 실패와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1막이 결코 끝이 아니다. 반드시 제2막이 있음을 기억하자.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제2막을 예비하신 사랑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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