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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긴글을 퍼올립니다. 그러나 우짭니까...오래달리기를 즐기다보니 인내과 끈기가 생활화되어서리... 그래도 읽어보시면 생각보담 안지겨븐께 함보셈. 자~~ 시작합니다. [펌]달리기의 폐해 (아래는 네티즌마라토너 조영관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우리 회사 연구원들이 일년에 한번 모여 워크샵 겸 단합대회를 하는 2박3일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그들의 업무와 깊이 관련된 일을 하는 까닭에 일종의 찬조, 격려차 마지막 날 밤에 합류했다. 연구원들의 발표는 분명 한국어였으나, 미국 NBC 방송의 토크쇼 보다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다. 재미없어 하는 건 발표 주제와 무관한 다른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인 듯 곳곳에 오수를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띠었다. 그러자 사회자가 " 잠시 순서를 바꿔 다이어트로 20kg의 체중을 줄인 한 연구원님의 성공 사례를..."하며 누군가를 불러낸다. 그는 90여kg의 체중을 70kg로 줄인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 소식(小食)을 하며 매일 20여분씩 뛰어 성공했다고 했다. 가장 힘든 스트레스는 동료들이 '곧 다시 20kg 이상 살이 다시 찔 거라는' 겁주기라며 좌중을 웃기며 발표를 끝냈다. 그러자 사회자가 " 달리기라면 저기 저 뒤에 머리가 하얀...." 하며 나를 불러 낸다. 졸지에 불려 나가게 돼 좀 당황하긴 했지만 목을 가다듬었다. 다음은 강연의 요지다. 달리기 또는 조깅이 좋은 것이란 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방금 전 체중 감량 사례에서도 달리기가 좋은 것임은 입증됐다. 많은 분들이 지금쯤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건대달리기의 병폐랄까 폐해랄까, 부정적인 면도 있다. 마라톤에 입문하면 어떠어떠한 점은 희생,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부터 나는 여러분들께 이러한 달리기의 단점을 설파하겠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마라톤의 부정적인 면들을 언급하는 것이며, 새로 입문하려는 분들이 자신이 들어서려는 곳에 이런 좋지 않은 면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고,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을 극소화시켜 드리고자 함이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자신의 경우와 다르다고, 또는 대부분의 사례와 다르다고 나를 비난하지 말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달리기에 입문하게 되면, (1) 허리 사이즈와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상당한 낭패감을 안겨줄 것이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양복 바지는 한벌당 오천원 정도를 주고 모두 고쳐야 한다. 고치지 않고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다. 돈도 돈이지만 웬만한 곳에서는 돈에 비해 힘든 일이라고 고쳐 주는 걸 꺼려한다. 고친다 해도 오리지날의 말쑥한 멋이 전혀 없다. 윗도리는 고칠 수도 없어 꼭 고등학생이 아버지 양복을 훔쳐 입은 것 같이 헐렁해져 폼이 안난다. 캐주얼 바지는 고치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렇고, 상당한 고민을 안겨 줄 것이다. 나중에 달리기를 포기할 경우, 다시 배가 남산만하게 커질텐데 그 때를 대비해서 그냥 보관해야 할지 어떨지 고민을 많이 하게 한다. 쭈그리고 앉아 지나치게 길게 돼버린 허리띠를 잘라낼 땐 좀 청승맞다는 느낌도 경험한다. 여러분이 댄디보이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볼에 살이 빠진 걸보고 시골 어머님은 며느리를 나무란다. 달리기 때문이라고 해도, 시커멓게 타고 비쩍 마른 모양이 영 마음에 안든다고 하신다. 어디 아프냐는 질문도 가끔 받게 된다. 의외로, 김정일까지는 안되도, 배도 약간은 나오고 좀 퉁퉁한 느낌을 주는 체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아는 택시 기사인 마라토너인 경우, 옛날에는 불량 승객을 우람한 체격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제압이 가능했는데, 체중이 몇 십 kg 빠진 요즘은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한다. (2) 달리기는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 운동화도 좀 괜찮은 것은 10만원이 넘고, 용도별로 2~3켤레가 있어야 한다. 계절에 맞는 걸 구입하다 보면 신발장엔 어느새 운동화만 들어차고 그에 비례해 아내의 잔소리도 늘어난다. 매니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용기를 내 마라톤복을 구입하려 하지만 나풀거리는 그 옷의 가격을 알면 좀 놀랜다. 마라톤 양말도 있고, 시계도 이상한 걸 구입해야 하고, 허리쌕을 사러 서울 바닥을 헤매기도 한다. 특수 선글래스도 사야 되는데 이건 좀 겸연쩍다고 생각하면사지 않아도 된다. 외국에서 달리기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경우도 있는데 새로 사귄 극성 러너에게 지난호들을 빌려보는 배짱으로 버티면 된다. 시즌 때 이곳저곳 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참가비용도 만만찮다. 혹시, 울긋불긋 조금은 유치한 문양이 새겨진 러닝셔츠를 한 보따리 모으는 게 취미라면 그런대로 괜찮다. 사실 늘어나는 건 신발과 러닝 셔츠 뿐인 것같다. 전천후 달리기를 위해 전동 러닝 머신을 살 때면 꽤 부담스러울 것이다. 요컨대 돈이 안드는 운동은 절대 아니다. 달리기 용품은 그게 그것 같은데도 모두가 제법 비싸다. 또 아무래도 전문용품이 좋겠지 하고 달리기 용품에 돈을 쓰려고 해도 취급하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3) 거의 항상 배가 고프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을 때면 남의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숨도 안 쉬고, 이야기도 안하고 정신없이 먹어대는 대도 점심을 끝내는 그 순간부터 다시 배가 고프다. 그래서 천덕꾸러기가 된다. 아침에 애들은 빵 한 조각 들고 깨작거리는 데, 여러분은 밥 한 공기를 국 말아 다 먹고 후식까지 찾아 아내의 눈총을 받게 된다. 냉장고의 아이스크림을 두고 아이들과 서로 누가 다 먹었느냐고 신경전을 벌이고 노는 날엔 감자 삶아 먹자, 옥수수 삶아 먹자, 수제비 삶아 먹자를 연발해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여러분이 총각이나 신혼이라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아내는 신이 날 수도 있겠지만, 아니라면 눈총받기 십상이다. 가족끼리는 그런대로 괜찮다. 대외 관계에선 게걸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직장 상사나 거래선과 식사라도 할 때, 원하는 대로 먹어 치우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을 수도 있다. 양과 스피드를 대충 맞추어야 한다. 상사와 자장면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보통을 나는 곱빼기를 시킨 것까진 좋았는데, 그 분이 자장을 비비려 할 때, 난 다 끝난 상태였다. 상당히 민망했다. (4) 여러분이 마라톤에 입문하기 전에는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신문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그럴 여유가 없다. 변기에 앉으면 4초 만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신문 없이 들어가는 허전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익숙해져야 하는 건 물론 그것뿐이 아니다. 과거엔 2차, 3차를 주창했던 주당이라도 이젠 새벽의 달리기를 위해 도망가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달리기에 입문하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담배를 계속 피워야만 할 운명에 놓인 분이라든가, 담배를 영원히 끊지 않기로 비장한 결심을 한 분이라면 달리기 입문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러분이 연세가 좀 드셨다면 또래 많은 분들이 한약 같은 걸 장기적으로 복용하는데 여러분은 그렇지 않고도 혼자 좋은 것 다 몰래 먹은 것처럼 피부에 윤기가 나고 스태미너가 넘치니 따돌림 당하기 쉽다.골프가 무슨 운동이냐고 골프 매니아들과 입씨름을 하다 보면 내 편엔 아무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사람을 일상에서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왕따가 따로 없다. 스트레스는 각오해야 한다. 달리기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거리를 늘리고 시간을 단축키 위해 많은 걸 배워야 하고, 그리고 뛰어야 하는데, 즐거움도 배가되지만 항상 스트레스도 따르게 된다. 일요일의 달콤한 늦잠과는 안녕을 고하라. 노는 날 늦잠은 일하는 자의 권리 중의 하나인데 그걸 포기해야 한다. 일요일엔 새벽의 LSD(장거리 지속주 달리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 아침에는 다른 달리기 친구들과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고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몰고 20~30㎞를 가야 한다 .아차 싶어 발을 빼려 해도 이미 늦었다. 다른 몹쓸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중독과 금단의 증세가 있다. 한번 걸려들면 그걸로 끝장이다. 폭우가 와도 별 수 없다. 그냥 자야지 하고 누워 있어도 눈에 가물거리는 얼굴, 얼굴, 다리, 다리들로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일요일 느즈막이 일어나 눈비비고 다시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그런 여유로움이여, 안녕... (5) 기대보다 멋있게 보아 주지 않는다. 미국 영화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멋있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뛰면 별로라고 한다. 엄청난 농약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잔디에서 클럽을 휘두르는 골퍼는 멋있게 보아주는데 기껏 땀방울이나 길에 뿌리는 환경 친화적인 달리기는 이상하게 본다. 극성 맞은 사람들로 본다. 맛이 간 사람들로 본다. 좀 징그럽게도 본다. 괴퍅한 성격의 보유자로 본다. 숨통 막히는 사람들로 본다. 한마디로 별종 취급을 받는다. 서울 반포에서 비오는 날 뛴 적이 있는데, 축구를 하던 사람들이 측은하다는 눈초리로 날 보았다. 유일한 위안은 머리끝까지 진흙에 뒤범벅이 된 그들을 더 측은하다는 듯 보는 것 뿐이다. 폭우를 맞으며 달리다가 허리에 찬 생수를 마시며 달릴 땐, 남들은 결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시킬 수도 없는 혼자만의 환희를 맛보기도 하겠지만 한심스럽기도 할 것이다. 아내도 처음엔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날 좋아하다가 점점 중독 증세가 심해지니, 심지어 날 의심하기조차 했다. 저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달리기를 한다고 두 시간 세 시간을 땡볕에서 뛴다는 건 뭔가 가정생활에 재미를 못 붙이기 때문....오잉? 그러나 분명한 것은 50대 이상의 노년층으로부터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중풍 걸린 노인네는 여러분을 아놀드 슈워제너거 보듯 할 것이다. 이건 100% 믿어도 된다. (6) 여러분의 약점을 쉽게 간파당할 수 있다. 여러분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은 곧 여러분이 쉽게 무너지는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고, 신이 나고, 열광하고, 그래서 협상에서 패하기 일수다. 우리 딸애는 공연엘 가겠다고 조를 때, 자기도 내일부터 아빠와 함께 뛰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간단하게 내 승낙을 받아냈다. 처음엔 불같이 화를 내던 아빠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는가를 조그만 딸애도 쉽게 알 수가 있는데, 하물며?.(그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7) 많은 걸 희생해야 하고, 절제해야 하고, 포기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고집을 부려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고, 각오해야 하고, 아주아주 단단히, 어제의 성공에 과신말고 어제의 실패에 좌절말고, 겸손해야 하고, 자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을 믿어야 하고, 자신을 격려해야 하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고독을 감내해야 하고, 침묵을 즐겨야 하고, 경외심을 가져야 하고, 기도해야 하고, 그리고 감사해야 하는데, 말은 그럴 듯 할지 모르지만 쉽지가 않다. 이상 충분히 경고는 했으니,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혹시 내 뜻이 잘못 전달되어 그래도 한번 마라톤에 입문해 보겠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아마도 행운이 필요할 것이다. 달리기 입문 후, 3~4개월 후쯤, 달리기가 주는 오묘하고도 감미로운 유혹, 즉 여러분의 신체에 오는 신비로운 변화, 여러분의 정신 세계에 오는 이상한 변화를 맛보고 나면, 그땐 여러분은 끝장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쯤 후, 우리 회사 연구소에 달리기 붐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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