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옴과 받아들임
- 헨리 나웬
내 삶은 하나님께로부터 멀리 흘러가곤 한다. 따라서 나는 돌아와야 한다. 내 마음은 내 첫사랑에서 멀어지곤 한다. 따라서 돌아와야 한다. 내 정신은 이상야릇한 심상들로 방황하곤 한다. 따라서 돌아와야 한다. 돌아옴은 평생동안 이어지는 투쟁이다.
방탕한 아들이 이기적인 동기에서 귀향길에 오른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혼자서 말한다.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고. 나는 여기서 굶주려 죽는구나.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서 말씀드려야겠구나(누가복음 15:17-18).”
그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새롭게 솟구쳐서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천만에, 그는 그저 자기가 살아 남기 위해서 돌아왔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살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자기가 죄를 지었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 같은 깨달음은 죄가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기 때문에 생긴 깨달음일 뿐이었다.
거기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보다 고상한 동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그저 죄인인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것 자체만을 반길 만큼 지극히 완전하고 무조건적이다. 그것은 참으로 용기를 주는 사랑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껴안기 이전에 순결한 마음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설령 우리가 우리의 욕망을 따르다 행복을 얻지 못해서 하는 수 없이 돌아왔을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전폭적으로 받아주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돌아온 까닭에 대한 설명을 전혀 요구하지 않으신다. 설령 우리가 우리의 욕망을 따르다 행복을 얻지 못해서 하는 수 없이 돌아왔을 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받아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의 집에 돌아온 것 자체만으로도 기뻐하시며, 그저 집에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을 베풀어주고자 하신다. 그분은 내 과거에 대해서 아무 것도 묻지 않으실 것이다. 그분이 바라시는 것은 오직 내가 돌아오는 것 그것이니까 말이다. ♣
( 낮해밤달 발췌 )
주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그 사랑에 감격하던 맘을 잊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