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니 지난 주일 목사님 말씀에 '부전자전'하셨는데 그 뒷받침이 되는 글인거 같아 전합니다. 그냥 웃고 지나가시길....
-- 옛날 제가 대학생 시절에 우리를 지도하시던 교수님 사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신 그 사모님은 결혼해서 가정생활을 하다 보니 화학 공부한 것이 도대체 쓸모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화학을 제일 잘하더래요.
누가 피를 속이겠습니까? 콜라보다 진하다는 걸요. 우리 친적 가운에 맹활약중인 시인이 있는데, 초등학교 6학년짜리 그 집 딸내미가 시를 썼더군요. 어쩜 그렇게 아름답고 정제된 시어들이 나열되어 있는지 감탄밖에 할 것이 없었습니다. 날고 뛴다는 아빠의 시보다 더 아름다웠거든요.
가만 보니 우리 집 아이들의 피도 콜라보다 진하더군요. 우리 한솔이요, 자타가 공인하는 올빼미과 되겠습니다. 올빼미로 세상을 산다는 것, 너무 힘든 일입니다. 하필이면 그런 것을 닮았는지 원... 그리고 또 이 녀석은 가히 컴퓨터 폐인이라 할 만합니다.
처음 286 컴퓨터를 산 이후 제 아내는 소위 컴퓨터 과부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강력하게 반발도 하고 불만도 많았지만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한솔이 녀석은 왜 저의 좋지 않은 부분만 닮았는지 안쓰럽기 짝이 없군요.
우리 에스더, 노래와 춤에 관심과 재능이 있습니다. 뉴질랜드 처음 와서 1학년에 들어갔는데, 그 해 연말에 발표회를 하는 데 가보니까 에스더가 맨 앞줄에 서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끝나고 제가 그랬죠.
"에스더가 제일 잘하던데?"
그랬더니 이 녀석 하는 말,
"아빤 그것도 몰랐어? 그래서 내가 맨 앞줄에 서서 한 거야."
"윽!"
저를 닮아서 노래와 춤에 능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제가 합창단에도 다녔고 노래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춤에는 소질이 없습니다만...
또 우리 에스더가 누구를 닮았는지 달리기를 꽤 합니다. 학교 대표선수로 출전까지 했으니까요. 저야 달리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요즘 달리기한다고 호들갑을 좀 떨었잖아요.
한 번은 또 에스더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더군요. 어떤 작가(에스더 말로 writer, 쓰는 사람)가 와서 가르쳤는데 (특강을 했나 봅니다) 자기도 가서 배웠다는 것입니다. 각 반에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씩만 갔다는데 말이죠. 우리 에스더 글쓰기 무지 좋아합니다. 저도 글쓰기 좋아하지만, 에스더야 영어로 쓰니까 지도가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흑!
마지막으로 우리 늦둥이 막내 아이린, 발가락을 내 얼굴에 들이대며 냄새 맡으라고 하는 장난의 천재입니다. 저는 그렇게 장난을 치거나 말썽을 피우지 않았으니까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린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저는 기가 막히게 저와 꼭 닮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바로 짝짝이 눈썹이랍니다. 참내^^;
-갈릴리 마을의 98% angel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