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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백지연 선교사 기도편지

by 구교영집사 posted Apr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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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모든 물질과 기도의 후원자분들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한국은 지금쯤 완전한 봄의 한복판에 있겠군요.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게 느껴지는 5월도 눈앞에 있네요. 저의 모교회인 대봉교회는 매년 5월이면 교회마당에서 기쁨의 잔치를 한달 동안 여는데, 남선교회 회원들이 힘을 합쳐 부추전과 군만두와 오뎅을 삶아서 성도들을 대접합니다. 그때 저도 동참하여 전을 부치는데 봄이라고 하기에는 뜨거운 햇살과 높은 온도와 불판의 온도까지 합쳐져서 한여름 같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너무나 그리운 추억이네요.

지금 여기 4월의 르완다는 일년 중 가장 힘든 계절입니다. 우기가 시작되어 자주 비가 내리고 기온도 많이 내려가 아침저녁이면 제법 쌀쌀합니다. 그리고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인 제노사이드가 시작된 기념주간이라 더욱 움츠러지게 되는 계절이지요. 제노사이드 추모기간 한 주 동안은 학교도 쉬고 가게들도 문을 닫고 여기저기서 많은 추모행사가 열립니다. 저희 부부도 지난 추모기간 한 주 동안은 병원을 쉬고 집에서 함께 휴식을 취했습니다. 민족 아픔의 주간이었지만 저희에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낸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이었기에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가지 소식에 앞서 먼저 저희 기도제목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월의 기도편지 때 저희들의 향후 비전에 대해 기도를 부탁드렸고, 저희도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하나님께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저희에게 응답을 주셨습니다.  평소 친분이 별로 없던 중보기도 사역자를 통해서, 또 깊은 기도의 시간 중에 마음에 들려주신 세미한 음성으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자세한 과정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저와 집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신 마음을 말씀드리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곳에서 하나님을 위해 이것을 하든 저것을 하든, 무언가를 해서 더 기쁘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까, 무엇이 하나님의 뜻일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려고 고민하며 기도하는 우리의 모습과 마음으로 인해 기뻐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어느 정도 마음에 그림은 그리고 있었지만 내 뜻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나아가고자 애썼던 저희로서는 너무나 크고 감사한 음성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로써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병원, 고아와 과부를 돌볼 수 있는 병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의 영광과 임재가 충만한 병원이 지어지길 원하신다는 것을 마음에 확신으로 주셨습니다.  구원의 방주였던 노아의 방주와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했던 성막과 성전을 보여주시며 그런 병원이 되어지길 원하셨습니다. 더 구체적인 것은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응답을 받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생겼기에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헤쳐나갈 전혀 새로운 일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까지,, 사실 지금의 키보고라 병원 사역은 많이 자리가 잡힌 상태입니다. 오가는 5시간의 힘든 여정만 빼면, 그곳에서 진료는 체계도 많이 잡혀졌고, 간호사들과 동료의사들과의 신뢰가 형성되어 저희들을 믿고 조금은 의지도 하는 상태이며 회진 중에 복음도 전하고 중환자를 위해선 회진  중에 다함께 기도도 해주며, 나름 즐겁고 보람있게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전혀 다른 길을 새롭게 다시 개척해 가야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는 그 어떤 선교훈련도 없이 무작정 르완다로 왔습니다. 선교사로서의 자질도,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키보고라 병원을 선교사로서 섬기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마음의 아픔과 낙심이 있었고 또 그것을 믿음으로 기도로 이겨내면서 광야의 훈련을 받는다 여겼습니다.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 광야의 훈련시간을 보내고 본격적인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키보고라 병원에서의 시간이 조금씩 기쁨으로 보람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시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병원을 그만두고 새롭게 병원을 개척하는 것은 또다시 광야의 훈련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하나님은 광야 끝에 또 다른 광야를 준비해 놓으셨을까?”  여기에 대해 묵상하던 중에 작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키보고라에서의 1년 넘게의 시간이 광야의 훈련시간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하나님을 믿고 지내왔던 그 어느 때 보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지키시고 보호하시며 내 발길을 친히 인도하신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달은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하나님과 정말 함께 보낸 천국의 시간들이었다는 것과 하나님께서도 나와 함께 한 그 시간들을 기뻐하셨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선교병원 개척의 길이 더 이상 또 다른 광야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체험하게 될 은혜의 시간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지금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일들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어 가실 역사들에 대해 기대하며 기다리게 됩니다.

 

병원을 언제 어떻게 어디에 지을지에 대해서 기도하고 의논하여 어느 정도 결정이 된 상태입니다.

먼저 장소에 대해서는, 저의 고향선배이자 고등학교 동문선배이고, 모교회인 대봉교회선배이며 선교사로서도 한참 선배되신 이상훈 선교사님이 선교센터와 학교건축을 위해 확보해 놓은 대지에 연합하여 병원을 짓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기에 병원을 먼저 시작하기로 하였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학교와 선교센터까지 지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시간에 대해서는, 저희가 5월말로써 키보고라 병원을 끝마치고 6월3일부터 8월 4일까지 두 달간 한국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물질과 기도로 후원해주시는 여러 동역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을 정리하며 또 선배 의료선교사분들을 찾아뵙고 자문도 구하고 또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실 여러 동역자 및 후원자를 만날 일들까지, 바쁜 두 달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본격적인 건축 준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병원 인허가, 건축 인허가가 나는데에만 해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아마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만 인내로, 감사로 기다려야겠지요.  기도의 응답으로 노아의 방주를 보여주셨던 것이 병원이 이 땅의 구원의 방주가 될 것이기도 하지만, 방주를 완공하기까지의 믿음의 인내가 나에게 또한 필요할 것이라는 사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아이들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성적표를 보니 가장 염려되었던 영어도 많이 향상되어, 오랫동안 영어권에 살아온 또래 친구들에게 많이 근접해 간 것 같습니다. 매일 저녁 9시에 QT 나눔을 할 때에도 제법 깊이 있는 믿음의 얘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학원이 없다 보니 학교를 마치고 4시쯤 들어오면 각자 알아서 책을 보기도 하고 밖에 나가 동네 애들과 축구를 하기도 하고, 저녁엔 숙제도 공부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자유롭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라는 환경에 대해 하나님께 참 감사 드리게 됩니다.

 

몇 가지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기도편지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병원에 대한 기도제목은 추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될 때 나누는 것이 나을 것 같으며, 먼저는 몇 가지 일들에 대해서만 기도부탁을 드리려 합니다.

첫째로, 아내 백지연 선교사가 오늘 아침 요리 중에 왼 새끼손가락을 칼에 베었습니다. 손톱부분을 포함하여 좀 깊게 베었는데, 이곳에는 믿고 상처 봉합을 맡길 병원이 없는데다 위치가 손톱과 맏물려 베어졌기 때문에 꿰매기도 어려워서 그냥 붙을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며 물을 넣지 않고 지켜볼건데, 염증없이 깨끗하게 붙어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위해서 기도부탁 드립니다.

둘째로, 두 달간 한국에 있으면서 하나님께서 예비해놓으신 동역자와 후원자들을 만나고 비전들을 나눌 때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도록 기도부탁 드립니다.

셋째로, 한국에서 두 달간 사용할 차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많이 다녀야 할 것 같고, 또한 만나야 할 분들이 있어 서울과 경기도, 순천에 들러야 할 상황이라 대중교통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셨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홀어머니와 백선교사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부탁 드립니다. 부모님들은 저희들이2년 후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들어가서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분들이 마음의 큰 낙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백선교사의 부모님은 신앙이 없는 상태이므로, 오히려 저희들을 통해 예수그리스도를 알고 영접하는 역사가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기도와 물질의 후원자 및 동역자 여러분들께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언제나 넘치길 간절히 소망하며, 6월에 만나 얼굴과 얼굴로 천국의 교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럼 이만,,

 

2015년 4월 25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박준범 백지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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