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범 선교사 기도편지

by 구교영집사 posted Nov 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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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주님의 이름으로 모든 기도와 물질의 후원자 및 동역자분들께 문안드립니다.

이곳 르완다는 기온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가을이 왔는지 겨울이 오는지 전혀 느낌이 없는데, 지금 한국은 점점 추워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평안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며칠 전 한 쿼터가 끝나서 성적표도 받아오고 담임선생님과 학부모 면담도 가졌습니다. 소현이는 성적도 잘 나오고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한편 성적이나 모든 면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늘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재석이는 아직까지 영어때문에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 읽기 평가가 또래보다 많이 낮아서 선생님이 좀 걱정하긴 하셨지만, 담임선생님이 한국인이고 한국 선교사님 딸이라서 재석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니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녁마다 아이들과 말씀묵상을 하며 생각을 나누는데, 이젠 제법 자신들의 믿음의 상태가 어떤지 고민도 좀 하며 무작정 믿는 것에서 조금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더욱 더 좋아지리라 생각됩니다.

 

키보고라 병원은 여전히 어려운 만성 질환자들이 많습니다.  에이즈로 인해 뼈만 앙상히 남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들이 꽤있고, 심한 복부 종양으로 그냥 진통제만 맞으며 누워있는 환자, 원인도 모르는 복수와 흉수환자들, 담도종양으로 담도가 막혀 심한 황달과 복수와 종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 골수성 빈혈로 계속 수혈만 받고 있는 18살 여자아이, 원인도 모르는 심한 복통과 구토로 탈진상태가 된 환자 등이 어제 금요일 마지막 회진을 마쳤을 때의 환자 상태였습니다.  골수검사, 종양 조직검사, 내시경조직검사 등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장비나 의사가 없고, 설령 진단이 된다 해도 수술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는 상태라 언제나 금요일 오후 키갈리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저의 마음은 답답함과 안타까움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으로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2주전 제가 근무하는 5일 동안 내시경과 초음파를 통해 3명의 위암의심 환자와 심한 간 종양(간암의심)환자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오기전까지 며칠 동안 원인 모르는 통증으로 누워만 있던 환자들의 병을 찾아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또한 이번 주에 미국에서 단기 의료팀으로 일반외과 전문의(교수님인듯)와 레지던트 한 명이 오기로 되어있어 그들에게 수술을 의뢰하면 뭔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그 주에는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에 외과의사와 상의한 결과 위암의심 환자 한 명 정도만 수술 가능한 상태였고 나머지 환자는 종양이 너무 커서 이곳 시스템으로는 수술하기가 힘들다는 답변을 듣고 그 환자들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할 때 그들의 표정에 비친 실망감을 보는 순간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그들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얘기하니 그들이 오히려 괜찮다고 고맙다고 얘기를 해주더군요, 그 얘길 들으니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부타레 라는 큰 도시의 병원으로 갔고 나머지는 그냥 진통제만 처방 받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과연 이곳에서 도움이 되어주고 있긴 하는지 회의가 들면서 마음이 무거워 이런 이야기를 5년 넘게 병원에서 간호사로 섬기고 있는 미국인 여자 선교사에게 했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환자가 왜 죽어가는지 최소한 가족들에게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다행인 거라고,  그 전에는 아무도 환자가 왜 죽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잠시 마음의 위로가 되어지긴 했지만, 사실 여전히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만 더 시설이 좋아지고 장비가 많아지고 의사가 많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병원이 선교병원으로서 수 많은 곳에서 단기 의료팀이 자주 들어오며 물질과 기도의 후원을 받는 상태이며 매일 아침 채플실에서 예배와 찬양이 드려지며 매년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분명 하나님의 은혜가 지금 넘치게 부어지는 중이며 하나님에 뜻에 따라 이 지역을 잘 섬겨나가는 좋은 선교병원의 모델이 되어지리라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 중에 제게 맡겨진 사명을 충성되이 잘 감당하는 것이 제가 지금 해야 할 최선의 일이라 생각하며 한걸음 한 걸음 그저 순종하며 걸어가야겠습니다.

 

제 아내랑 저랑 격주로 병원을 가는데, 최근 아내가 가야 할 주에 아내가 집에서 쉬기로 결정하고 한 주를 쉬었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6시간 이상의 험한 산길을 운전하는게 쉽지 않은데다가, 저의 경우 병원에서 돌아오면 주말을 그냥 쉴 수 있지만 아내는 돌아와서도 다음주 일주일간 제가 병원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본인이 병원에 가기 전의 주말에도 저랑 아이들이 집에서 먹을 음식을 미리 해놓고 병원엘 가야 하니 결국 매 토일 주말마다 쉬지 못하고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7개월을 보내다 보니 최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1주일을 집에서 보내는 휴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못다한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그 동안 참 서로서로 바빴구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에서 오랫동안 목회하신 목사님께서 은퇴하신 후 자비로 세운 청소년을 위한 '조이(Joy) 센터'건물의 한 부분에 보건 진료실을 열고 그곳에서의 진료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곳은 저희가 거주하는 키갈리 시내에서 2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아내가 맡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나는 격주로 키보고라 병원을 계속 다니고, 당신은 여러 가지로 힘드는데  조이센터의 보건실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 권했습니다. 최근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봤기에 선뜻 그러겠노라 승락 할 줄 알았는데 기도한 후에 의외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키보고라 병원을 오게 하신 것에는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었고, 또한 우리를 여러 가지로 훈련시키시는 목적이 있다고 믿는데 그 뜻을 다하지 못하고 훈련시키시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그저 내가 힘들다고 사역의 방향을 바꾸게 되면, 그 다음 번에도 힘들 때 마다 사역을 바꾸게 되지 않겠느냐, 나의 상황에 따라 길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따라 길을 정하고 싶다고, 지금 비록 힘들지만 잘 견디고 순종할 때 이 훈련을 통과했다고 하나님께서 분명한 사인을 주실 것이라고, 그때 다른 길을 선택하겠노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제 마음에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참 많이 성숙해져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내일 모레면 아내가 병원에 가는 주간입니다. 지금도 부엌에서 나와 아이들의 1주일간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아내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이제 몇 가지 기도제목을 부탁 드리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 가정의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3개월 뒤인 내년 1,2월 즈음에 아이들 2015-16 새학년 등록을 시작합니다. 내년 6월로 2014-15학년을 마치는데 미리 그 다음 학년을 등록해야 합니다. 초보선교사로서의 훈련을 1부 마치고 내년에 귀국을 하게 되면 등록할 필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있기 위해서는 아이들 학교 등록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늦어도 2월전까지는 저희들의 방향이 결정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저희들도 기도 중에 있습니다. 우리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잘 찾아서 그 길중에(on the way) 있기를 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를 파송해 주신  대봉교회의 배진척 조원자 장로님 부부께서 저희를 위해 3천만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린 감사의 재물인 줄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저희 가정을 이렇게 생각하고 계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보 선교사에게 부담 아닌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잘 쓰여지길 또한 기도부탁 드리며, 이것이 저희가 기도하고 있는 장기적인 비젼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인지 또한 잘 분별할 수 있도록 기도부탁 드립니다.

 

둘째로,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믿음의 깊이가 깊어지고 구원에 대한 확신과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이곳 르완다에서 이루어 지기 원합니다.

 

셋째로, 저희가 영적으로, 육적으로 지치지 않고 날마다 하나님 주시는 은혜로 새롭게 충전되어 지길 소망합니다.

 

끝으로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을 승리로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어지길 소망합니다.

                                                      

                                                                            2014.11.15. 키갈리에서

                                                                              박준범 백지연 드림